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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케어러부터 미혼모까지, 가려졌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txt]
등록일 2025.02.14 / 조회 20
영 케어러부터 미혼모까지, 가려졌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txt] 영 케어러부터 미혼모까지, 가려졌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txt]

김유진의 청소년이라는 세계 김애란의 청소년시집 ‘난 학교 밖 아이’ ‘보란 듯이 걸었다’는 다른 청소년소설이나 청소년시에서는 대개 들을 수 없던 청소년의 목소리를 독특하게 담아 왔다. 이 시집들에서는 ‘학생’ 아닌 청소년, 미혼모인 청소년, 해체되고 새로 결합한 가족 안의 청소년이 시의 화자로 등장했다. 그러한 작품 세계가 이 시집에서도 이어진다. ‘열여덟은 진행중’에서는 먼저 ‘영 케어러’를 만난다. 청소년 문학에서 영 케어러는 백온유의 청소년소설 ‘페퍼민트’에 등장했지만 아직은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김애란은 시집 1부의 제목부터 “나는 영 케어러입니다”라고 붙이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드러낸다. 청소년 화자들은 치매나 다른 병을 앓는 부모와 할머니를 병간호한다. 돌봄노동 중에서도 가장 힘들 법한 간병은 영 케어러에게 이중, 삼중의 고단함이다. “학교를 빠지는 동안/ 성적은 엉망이 되고/ 친구 관계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미래도 엉망이 될 테죠”(‘학교 가는 길’ 중) “낮에는 알바를 하고요/ 밤에는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자요/ 쪼그리고 자다 보면 내 꿈도 쪼그라드는 건 아닐까”(‘거짓말은 딱 질색’ 중) “정신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를 돌보는 건/ 전 과목 1등급을 맞는 것만큼 힘들다”(‘가족을 돌보는 방법’ 중) 다른 이를 돌보느라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소년 화자들은 할머니 걱정 말고 학교 다녀오라는 이웃과, 은근히 사정을 봐주는 이웃들의 작은 돌봄 덕에 돌봄노동을 이어나간다. 우리 주변에 영 케어러인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에게 필요한 제도와 돌봄을 생각하게 한다. 2부에서는 전작 ‘보란 듯이 걸었다’에 등장한 미혼모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전작에서는 미혼모인 청소년, 미혼모의 자녀인 청소년, 미혼모의 친구인 청소년이 미혼모인 여성 청소년의 존재와 지위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었다. 나아가 여러 여성 청소년 화자를 통해 여성 청소년의 다양한 정체성을 그려내는 작업은 청소년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보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 시집에서는 아기를 낳고 기르는 청소년들의 삶이 이어진다. 미혼모라는 존재 그 이후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들은 계속 공부하거나 일하며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자신의 꿈을 잠시 미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엄마한테 맡겨놓은 아기를 위해/ 조금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알바를 두 탕씩 뛰는 준서”(‘목소리’ 중)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나는/ 편의점이든 식당이든 주유소든/ 닥치는 대로 일을 합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며 보채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되도록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합니다”(‘주제 파악’ 중) 미디어에서 만나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이들 청소년의 삶을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게 된다. 3부와 4부에서는 보호 종료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입양된 청소년, 부모의 동성 애인과 사는 청소년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가족 다양성까지 생각하게 한다. 시집 한권에 걸쳐 점점 확장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청소년에 대한 우리의 좁은 시선을 깨고, 넓힌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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