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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 없는 세상’으로 개혁 요구…받아안는 대권주자는 여전히 소수
- 등록일 2025.04.19 / 조회 16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 ‘차별없는 세상으로 향하자’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변화를 위한 법·제도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권주자는 드문 상황이다. 광장의 승리를 만든 시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기 위해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입법 등 제도 마련에 나서라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1700여곳이 모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이하 비상행동)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정당 8곳(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과 공통토론회를 열어 사회대개혁 과제를 논의했다. 비상행동은 이달 초 시민 의견을 모아 12개 분야 118개 ‘사회대개혁 과제’를 내놓았다. 특히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평등·인권 사회’ 분야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여성가족부 유지·강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처벌 강화 △강간죄 요건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성평등·인권 분야 발제를 맡은 박한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2010년 집계를 시작한 국가성평등지수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사상 처음 하락한 건 윤 정권에서 후퇴된 게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4개월간 광장에서 ‘평등하고 존엄한 사회를 바란다’, ‘모든 소수자가 탄핵을 외치고 있다’ 등 이야기가 끝없이 들려온 만큼, 광장의 승리를 만든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각 정당 인사 가운데 ‘여성’, ‘성소수자’ 등을 강조한 건 주로 소수정당 쪽이었다. 권누리 진보당 정책국장은 “지금도 성별, 장애, 출신,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많은 이가 차별과 혐오 속에 있고 그 틈을 비집고 극우 정치가 성장했다”며 “이 구조를 뿌리부터 바꾸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국회의원도 “광장을 상징하는 제1의 법안은 차별금지법”이라며 “19대 국회에서 많은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을 때, 계엄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어떤 성취감을 맛봤는지 반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치선 녹색당 정책위원장과 장혜경 노동당 정책위의장,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선 성평등·인권 관련 정책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광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젠더 관련 의제, 젠더 의제 담당자가 각 정당 안에 있느냐”는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질문에 “민주당은 당에 여성국과 여성위원회가 있어서 거기서 주로 논의한다”, “조국혁신당은 여성위원회와 여성가족부(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담당 의원, 정책위원회에서 (젠더) 의제를 다루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선주자 가운데 사회적 소수자 인권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 공약을 밝힌 이는 18일까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권영국 정의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세 사람 정도다. 김동연 선거캠프는 전날 강간죄 판단 기준을 ‘상대방 동의 여부’로 변경하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위헌 결정이 난 낙태죄 대체 입법,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 교제 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입법 개선 등이 포함된 공약을 발표했다. 권영국 대표는 16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다가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것은 절망”이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낙태죄 대체입법, 동성혼 법제화 등을 우선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김재연 상임대표도 8일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농민·도시 빈민·여성·청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차별과 혐오 금지로 공동체 파괴를 방지해 존엄과 권리에서 배제된 국민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1일 비전발표회가 끝난 뒤 ‘광장에서 집회 주도한 2030 여성들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여성 문제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취재진 질문에 “모든 국민과 함께 가야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지지층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여성·성소수자 관련 정책 요구를 (받아안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차별 없는 세상으로 향하자’는 요구에 역행하는 공약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18일 ‘선진대국 국가대개혁 100+1' 사회·교육·문화 부문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극단적 페미니즘이 전염병처럼 공동체를 잠식하고 있다. 흔들리는 가정과 가족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며 “차별금지법에 단호히 반대하고 ‘패밀리즘’으로 따뜻한 공동체를 세우겠다”고 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