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 뉴스 Ξ 상세
- "언제까지 체육관에..." 대형 산불이 촉발한 임시 주거시설?변화 잰걸음
- 등록일 2025.04.01 / 조회 62

대형 산불이나 수해, 지진 같은 재난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이재민이 발생한다. 이재민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학교, 체육관 등에서 대피하다 집을 새로 지을 때까지 임시 주거시설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냉난방이나 취사가 어렵고 샤워 등 개인위생시설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데,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되는 게 문제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일부 이재민은 수년간 체육관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도 했다. 열흘 가까이 영남지방을 휩쓴 최악의 산불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이들의 주거 문제가 사고 수습의 1차 과제로 부상했다. 이주민이 집중된 경북도는 체육관 생활을 조기에 청산하고 살 만한 주거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임시 주거시설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31일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화한 산불로 경북에서만 주택 3,617채가 전소됐다. 친인척 집으로 이동한 주민들을 제외하고 현재 경북 지역 110개 대피소에 있는 주민이 3,112명이나 된다. 영남 산불로 한순간에 집이 사라진 이재민의 99%가 경북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체육관은 냉난방이나 샤워, 화장실 등 위생 문제와 호흡기질환 위험이 있어 이재민들이 장기간 묵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이재민들의 희망과 우선순위에 따라 일단 정부·기업 연수시설이나 호텔·리조트 등에 묵도록 했고 최대한 빨리 임시 주거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02년 울진 산불 때도 일부 이재민들이 백암온천 기업 연수원과 4성급 호텔인 덕구온천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이런 곳에서 머무는 주민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귀가한 주민들의 상당수는 농번기 농사 때문에 불에 타 위험천만한 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농민들이 농경지 가까운 곳에서 묵을 수 있도록 경북도는 에어돔 같은 시설 설치도 추진 중이다. 불에 전소된 주택이 워낙 많아 영구 주택 복구까지 지낼 임시 주거시설도 필요한 상황이다. 경북도가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시 주거시설 수요는 총 1,688동으로 집계됐다. 이에 모듈러주택을 임차하거나 컨테이너형 이동식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지만 전국 제조업체를 풀가동해도 이 수요를 충족하려면 제작에만 한 달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대피소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차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북도는 임시 주거시설을 재난비축물자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임시 주거시설을 3,000동 정도 확보한 뒤 전국 권역별로 분산해 자연휴양림 등에서 숙박시설로 활용하다 유사시 이재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다. 또 주택 재건축도 지원금 직접 지원 대신 영구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령의 이재민들이 불탄 집 재건축을 포기하는 바람에 마을 자체가 소멸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재민들이 최대한 빨리 원 주거지나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도록 임시 주거시설을 재해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재난 양상이 달라진 만큼 대응 매뉴얼을 재정립하고, 이재민 대피 및 임시 주거시설 지원 방안도 선진국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