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 뉴스 Ξ 상세
-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4. 아이들은 죄가 없다
- 등록일 2024.10.30 / 조회 353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4. 아이들은 죄가 없다](http://news-plaza.com/newsml/data/image/2024/01300101/20241030/01300101.20241030140241001.01.jpg)
미등록 외국인 출산시 자녀도 미등록 신분교육·의료 등 공적서비스 이용 어려움 심각단속·구금·추방 공포에 아동 심리 위축도근본적 문제 '출생 등록' 제도 보완 요원 # 비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친구는 아무도 없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도 하고 하지만 그 얘기는 하지 않아요. 숨기게 돼요. # 미등록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부터는 학교 문제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언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마지막인 것처럼 살았고, 언제 떠나게 될지 몰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하나 끝까지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자진해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의 ‘의료ㆍ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언급된, ‘배제된 현재’와 ‘배제가 예정된 미래’를 인지한 미등록 체류 아동들의 고백이다. 미성년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교육, 의료, 생활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이라도 미성년자에 대해 국제적 인권 기준에 따라 일정한 보호와 권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복잡하기만 하다. 부모가 미등록인 경우 자녀도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특정 이유로 체류 자격을 잃게 되면, 함께 거주하는 자녀 또한 적법한 체류 자격 없이 한국에 머무르게 된다. 또 외국인 부모가 자녀를 한국에서 출산했을 때, 출생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미성년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 이는 언어적 장벽, 법적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적법한 비자로 체류 중이더라도 비자 연장에 실패하거나 만료 후 미등록의 상태가 된 경우, 자녀도 함께 미등록 상태에 놓인다. 미성년 미등록 외국인, 강원지역도 절대 예외는 아니다. ■ 아동에게 더 혹독한 ‘불법 체류’라는 신분 미성년 미등록 외국인의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교육권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8년 초중등교육법 개정 이후 미등록 외국인 아동도 초ㆍ중등학교에 입학해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었다. 이는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조치로, 모든 아동은 국적이나 이주 신분과 상관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여러 장애물이 잔존한다. 법적으로는 입학이 가능하나 일부 학교나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여전히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입학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학교 측이 미등록 신분을 이유로 행정적 부담을 우려하거나, 다른 학부모들의 반응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필리핀 출신의 부모를 둔 한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을 시도했으나 몇몇 학교에서 거부당한 후,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겨우 입학이 허용된 경우가 있었다. 체류 신분 문제도 아이들을 옥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경우, 출생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식적인 신분을 갖지 못해 교육, 의료 등의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체류 자격을 변경하거나 합법적인 신분을 얻는 절차도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경제적, 법적으로 소외된 경우가 많아 더 어렵다. 혹시라도 부모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체류 자격에 문제가 적발되면 부모와 함께 추방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는 성장 과정에 있는 아동들의 심리를 위축시킨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아동은 신분 번호가 요구되는 모든 행위에서 배제된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여러 교육 서비스 이용을 포함해 아동이 성장 과정에서 갖추게 되는 또래 간의 네트워크, 심신의 발달을 위한 다양한 대내외 활동, 학습활동, 정서적 성장 등이 모두 포함된다. 미성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단속, 구금, 추방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의 외국인보호소 구금자 통계에는 빠짐없이 수십 명의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집계되며 그중에는 단순 불법체류가 구금 및 추방의 사유가 된 아동들이 항상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아동의 경우 더욱 이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등록 외국인은 건강보험 체계에 등록되지 못해 의료 서비스 이용 시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부터 경제적, 법적 부담을 호소한다. 특히나 감염 등 질병에 취약한 신생아 시기부터 뛰어놀다 다칠 일이 많은 청소년기까지 병원에 방문할 일이 많은 아동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의료 접근성을 잃는 사례가 많다. ■ 사례로 살펴본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의 고충 ‘의료ㆍ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의 발제문에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고충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 이주민 A씨는 한 달 전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나 약 한 달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고 퇴원했다. A씨는 민간 공익의료공제회원이었고 의료공제회 협력 의료기관이었던 병원에서는 건강보험수가를 적용해 주었다. 그럼에도 본인 부담분 100%를 부담해야만 했고 비용은 2700만 원에 달했다. 가난한 부모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의료비다. 만약 일반수가나 외국인수가를 적용했다면 재앙적 의료비가 부과됐을 것이다. 한국에서 출생한 B씨는 비자는 없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장에 들이닥친 법무부 단속반에게 단속되어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B씨는 강제퇴거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청주지법은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에서 출생한 C씨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졸업하면 얼른 취업하겠다며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자격증 취득코스를 등록하려고 했다. 그러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q-net에 등록할 수 없었다. C씨는 ‘나는 어떻게 살아요? 취업도 못 하고 대학도 못 가고’라며 절망했다. 다행히 법무부의 특별 조치로 비자를 부여받게 됐고, 현재는 H전문대학에 들어가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 미등록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을 위한 국내 정책 현황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출생 등록’에 대한 대한민국의 제도적 기반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는 ‘의료기관의 출생통보제’ 도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외국인 아동의 경우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권 및 교육권을 중심으로 정책이 시행되었을 뿐 출생 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은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다행히 2021년 법무부가 국내 출생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제도 마련의 일환으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제’의 도입 추진계획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다소 미약하긴 하지만 법무부 및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법무부는 2018년 아동 관련 연구자 및 현장 전문가로 ‘출생등록제 이행추진 자문단’을 구성했다. 또 2023년 4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 방안 중 하나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의 도입 추진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를 통해 미등록 이주 아동 등 국내 출생 모든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등록번호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될 권리를 보장하고, 공적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6월과 2023년 6월 권인숙 의원과 소병철 의원은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 하면서 아동 관련 시민단체들의 환영과 응원을 받았으나 국회 임기 만표로 폐기됐다. 19대 국회 이자스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과 20대 국회 윤후덕 의원 대표발의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 원혜영 의원 대표발의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 또한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김남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안’이 지난 1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통과까지는 요원하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의 고충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문제점들이 인식되고 있으나 뚜렷한 출구 없이 표류 중이다. 최경진 #아동 #미등록 #외국인 #출생 #체류